총이 없는 나라에서, 총이 배달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1년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를 정주행하면서 저는 이 질문을 꽤 오래 붙들고 있었습니다. 액션 스릴러라면 무조건 챙겨보는 편인데, 이 작품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서 법이 해결하지 못한 억울함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총기청정국에서 총기 배달이라니 — 드라마 트리거의 설정총기청정국(Gun-Free Country)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총기청정국이란 민간인의 총기 소지와 유통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 나라를 뜻하는 말로, 대한민국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총기를 소지하려면 사냥·사격 등 극히 제한적인 목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일반 시민이 자기방어 목적으로 총기를 가지는 것은..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 그냥 아들이랑 시간이나 때우자는 심정으로 틀었습니다. 그런데 첫 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세를 고쳐 앉게 됐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시즌1은 불법 사금융, 즉 사채 시장의 폭력적인 구조를 배경으로 두 청년이 불의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둘째 아들과 함께 밤을 새워가며 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줄거리 — 격투기 청년 둘이 사채 시장에 발을 들이다드라마의 두 주인공은 격투기 실력 하나만 믿고 살아가는 순박한 청년들입니다. 극중 한 주인공의 이름이 저희 둘째 아들 이름과 똑같아서 처음부터 묘하게 몰입이 됐습니다. 아들도 화면을 보며 "엄마, 나 나온다" 하고 웃었고, 그 분위기 덕분에 더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이야기는 이 두 청년이 이른바..
좋아하는 배우가 오랜만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소지섭 배우를 데뷔 때부터 지켜봐 온 팬인데, 이번 드라마 은 예고편만 봤을 때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로맨스의 아이콘이었던 사람이 전혀 다른 결의 액션 배우로 돌아온 것, 그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소지섭의 복수극, 왜 이 소재인가복수극이라는 장르 자체는 솔직히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드라마 업계에서는 이를 '리벤지 서사(Revenge Narrative)'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리벤지 서사란 주인공이 자신 혹은 가족에게 가해진 부당한 피해를 갚아나가는 이야기 구조를 말합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십 년째 꾸준히 만들어지는 포맷이죠.그런데 제가 이번 드라마에서 흥미롭게 본 건 복수의 구조보다 복수의 ..
못생긴 여자가 마스크를 쓰면 달라질까요? 저는 이 질문이 그냥 설정 하나라고 생각하며 넷플릭스 '마스크걸'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단순한 외모 콤플렉스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장르도, 메시지도, 등장인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계속 뒤집혀서 저 자신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었는지조차 헷갈렸습니다.외모지상주의: 드라마가 건드린 첫 번째 불편함마스크걸의 시작은 꽤 직접적입니다. 주인공 김모미는 가수를 꿈꾸지만 외모 때문에 번번이 좌절합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는 순간, 얼굴이 가려지는 순간, 그녀는 달라집니다.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카메라 앞에서 당당해집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좀 불편했습니다. 불편했다는 게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을 너무 정확하게 건드..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라니, 포스터도 어딘가 낡은 느낌이고 도대체 무슨 드라마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보는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17년을 함께 산 저도 잊고 있던 무언가를, 이 드라마가 다시 꺼내놓은 것 같았습니다.제목도 포스터도 낯설었는데, 결국 울었습니다제가 이 드라마를 틀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이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방언으로, 직역하면 "완전히 속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폭싹'이란 제주도 사투리로 '완전히', '푹'이라는 의미의 부사인데, 제목만으로는 드라마의 감성이 전혀 가늠이 안 됐습니다.포스터도 오래된 사진첩에서 꺼낸 것처럼 바랜 색감이었고, 어딘가 시대극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그런데 첫 화를 틀고 나서는 끄질 못했..
솔직히 저는 더 글로리를 보기 전까지 학폭 드라마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달랐습니다. 복수 자체보다 복수를 위해 살아낸 한 사람의 인생이 더 무겁게 느껴졌고,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이 무거웠습니다. 단순한 오락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복수 서사가 이렇게 슬플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더 글로리는 2022년 말 넷플릭스에 공개된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고등학교 시절 끔찍한 학교폭력(이하 학폭)을 당한 문동은이 수십 년에 걸쳐 복수를 실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학교폭력이란 단순한 따돌림이나 언어폭력을 넘어, 신체적 가혹 행위와 집단적 괴롭힘이 반복되는 조직적 피해를 뜻합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장면들은 실제 학폭 피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