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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라니, 포스터도 어딘가 낡은 느낌이고 도대체 무슨 드라마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보는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17년을 함께 산 저도 잊고 있던 무언가를, 이 드라마가 다시 꺼내놓은 것 같았습니다.
제목도 포스터도 낯설었는데, 결국 울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틀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이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방언으로, 직역하면 "완전히 속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폭싹'이란 제주도 사투리로 '완전히', '푹'이라는 의미의 부사인데, 제목만으로는 드라마의 감성이 전혀 가늠이 안 됐습니다.
포스터도 오래된 사진첩에서 꺼낸 것처럼 바랜 색감이었고, 어딘가 시대극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그런데 첫 화를 틀고 나서는 끄질 못했습니다. 제가 직접 시청해보니, 이 드라마는 장르보다 분위기로 사람을 잡아끄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때 SNS를 보면 '폭싹 속았수다 보다가 울었다'는 게시물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저만 유난히 감수성이 풍부한 게 아니었던 거죠. 이 드라마가 건드리는 감정은 꽤 보편적인 것이었나봅니다.
죽는 순간까지 한결같은 사랑, 현실에서 가능한 걸까요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아내를 죽는 순간까지 변함없이 사랑합니다. 이것이 이 작품의 핵심 서사 구조(narrative arc)입니다. 여기서 서사 구조란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결정짓는 뼈대를 말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 뼈대 전체가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일관됩니다.
결혼 초에 달달한 건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 주변을 봐도 다들 신혼 때는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 주인공은 수십 년이 지나도 아내를 바라보는 눈빛이 같습니다. 자기 자신보다 아내를 더 아낀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 감정이 행동으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보면서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여자는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제가 주변에서 오래도록 아내를 깊이 사랑하는 남편들을 실제로 봤을 때, 특별한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내가 특출나게 뛰어나거나 남편에게 헌신적이어서라기보다는,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신혼의 설렘이 아닌, 수십 년 후에도 유지되는 애정 표현
- 자신의 안위보다 배우자를 먼저 생각하는 행동 패턴
- 말이 아닌 삶의 태도로 사랑을 증명하는 캐릭터
17년을 살고 나서 다시 본 부부의 의미
결혼 생활을 연구하는 심리학에서는 부부 관계의 변화를 '밀월기(honeymoon period)'에서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으로의 이행으로 설명합니다. 밀월기란 초기 연애·결혼의 열정적인 감정이 지속되는 시기를 뜻하고, 안정 애착이란 그 열정이 가라앉은 뒤에도 상대에 대한 신뢰와 편안함이 유지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출처: 미국심리학회(APA)
제가 직접 17년을 살아보니, 지금 저와 배우자 사이에는 뜨거운 감정보다는 전우애 같은 게 있습니다. 같이 싸워서 이겨낸 것들이 쌓이다 보니, 친구나 부모와는 결이 다른 끈끈함이 생기더라고요. 이게 사랑이 식은 건지, 아니면 더 깊어진 건지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끝까지 불꽃 같은 감정을 유지하는 사람을 보면 경이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저도 저렇게까지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 솔직한 감정이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부부는 사랑으로 시작해 정(情)으로 산다는 말의 무게
"부부는 사랑으로 시작해 정으로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정(情)이란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쌓이는 감정적 유대감으로, 뜨거운 낭만적 사랑과는 다르게 잔잔하고 묵직하게 관계를 지탱하는 힘을 말합니다. 한국 문화에서 정은 단순한 애정을 넘어 사람 사이의 끈을 설명하는 고유한 개념으로 자주 쓰입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초기의 설레는 감정도 있고, 세월이 쌓인 후의 깊은 유대도 있습니다. 보통 드라마라면 연애 초반부를 화려하게 그리고 후반을 짧게 처리하는데, 이 작품은 오히려 시간이 지난 부부의 모습에 더 공을 들입니다.
저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지금 저와 배우자 사이에 있는 이 전우애 같은 감정도 어쩌면 정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고요. 극적이지 않아도, 매일 설레지 않아도, 매일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쌓여서 만들어진 무언가일 수 있습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평생교육원의 가족 관계 연구에서도 장기 결혼 만족도는 초기 열정보다 안정적인 정서적 연결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출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자주 묻는 질문
Q. 폭싹 속았수다 제목이 무슨 뜻인가요?
A. 제주 방언으로 "완전히 속았다"는 의미입니다. '폭싹'은 제주도 사투리로 '완전히', '푹'이라는 뜻의 부사입니다. 드라마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저도 뜻을 몰라서 한참 검색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용을 다 보고 나면 제목의 의미가 감정적으로도 와닿게 됩니다.
Q. 폭싹 속았수다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라, 넷플릭스 구독 회원이라면 바로 시청 가능합니다. 제가 직접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화질이나 자막 모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Q. 드라마가 너무 슬프다던데 실제로 얼마나 울리나요?
A. 저도 보는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특별히 극적인 사건이 쏟아지는 게 아니라, 오래된 부부의 일상이 쌓여가는 과정 자체가 감정을 건드립니다. SNS에서도 이 드라마를 보며 울고 있다는 게시물이 쏟아졌을 만큼, 보는 사람 대부분이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Q. 결혼을 안 한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인가요?
A.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부 이야기이긴 하지만 결국 핵심은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인데, 이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감정입니다. 오히려 결혼 전에 보면 관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론
폭싹 속았수다는 저한테 그냥 드라마 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17년을 살면서 어느 순간 당연해진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매일 설레지 않아도, 서로에게 전우 같아도, 그 시간 자체가 사랑의 다른 형태일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가 조용히 일깨워줬습니다.
아직 시청 전이라면 그냥 한 번 틀어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엔 낯선 제목과 분위기가 진입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일단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오래 산 부부라면 더욱,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시선으로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