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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더 글로리를 보기 전까지 학폭 드라마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달랐습니다. 복수 자체보다 복수를 위해 살아낸 한 사람의 인생이 더 무겁게 느껴졌고,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이 무거웠습니다. 단순한 오락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복수 서사가 이렇게 슬플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더 글로리는 2022년 말 넷플릭스에 공개된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고등학교 시절 끔찍한 학교폭력(이하 학폭)을 당한 문동은이 수십 년에 걸쳐 복수를 실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학교폭력이란 단순한 따돌림이나 언어폭력을 넘어, 신체적 가혹 행위와 집단적 괴롭힘이 반복되는 조직적 피해를 뜻합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장면들은 실제 학폭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마음이 무너졌던 순간은 화려한 복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문동은이 자신의 인생을 오직 복수를 위한 도구로 설계하며 살아온 세월이 드러날 때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수 서사는 통쾌함을 줄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달랐습니다. 복수를 완성해도 돌려받을 수 없는 시간, 하고 싶었던 것들, 살고 싶었던 삶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제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온 인생이라도 후회는 남기 마련인데, 오직 타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은 삶이란 얼마나 지독한 고통이었을까요. 더 충격적인 것은 문동은이 복수의 결말로 해피엔딩이 아닌, 자신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이 설정이 저는 감히 상상도 못 할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트라우마(Trauma)라는 개념이 여기서 핵심입니다. 트라우마란 극심한 충격적 경험이 이후의 삶 전반에 걸쳐 심리적·행동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문동은의 복수는 단순한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해소되지 못한 트라우마가 삶 전체를 잠식한 결과였습니다. 실제로 학폭 피해자의 심리적 후유증은 수십 년이 지나도 지속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더 글로리가 단순한 복수극과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는 가해자의 서사도 함께 그린다는 점입니다. 가해자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합니다. 이 부분이 저는 현실에서 실제로 자주 목격했던 장면과 겹쳐 보여서 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 복수 서사의 핵심: 통쾌함이 아닌, 되찾을 수 없는 삶에 대한 애도
  • 트라우마의 만성화: 학폭 피해는 단기 충격이 아닌 장기 심리 손상으로 이어짐
  • 가해자의 무감각: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인식 구조가 드라마의 또 다른 공포
  • 문동은의 설계: 해피엔딩 없는 복수 계획이 피해의 깊이를 역설적으로 증명
요약: 더 글로리의 진짜 슬픔은 복수 장면이 아니라, 복수만을 위해 소진된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 있습니다.

 

 

학교폭력 문제, 결국 부모 책임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학폭 드라마를 볼 때마다 저는 늘 같은 생각에 도달합니다. 아이들의 문제는 결국 부모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가해자 집단의 부모들이 자녀의 잘못을 덮으려는 방식, 권력과 돈으로 피해자를 무력화하려는 장면들이 오히려 가해 아이들의 행동보다 더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학폭 가해자 교육 문제는 학교나 교사의 몫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켰을 때,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무조건 자기 자녀를 감싸는 부모 아래에서 그 아이는 무엇을 배울까요. "내가 잘못해도 엄마 아빠가 다 해결해줄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건 다른 드라마 이야기인데 그 드라마에서 가장 소름 돋았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친구를 해치고 싶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부모가 "아빠가 해줄게, 네가 원하는 건 다 해줄 수 있어"라고 반응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설정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학폭 관련 뉴스를 찾아보니 이런 부모의 태도가 결코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정말 소름이 끼치는 이야기 입니다.

공감 능력 결핍(Empathy Defici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현저히 낮은 상태를 가리키며, 가해 행동의 지속과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남의 아이도 누군가에게는 똑같이 소중한 자식"이라는 감각이 없을 때 가해는 반복됩니다. 실제로 청소년 폭력 예방 연구에서 부모의 공감 능력과 자녀의 친사회적 행동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내 아이가 잘못했을 때 혼을 내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게 하는 것. 이 당연한 절차가 당연하지 않은 가정이 너무 많다는 게 이 드라마가 말하는 또 다른 공포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복수 서사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했고, 보고 나서도 오래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요약: 학교폭력의 근본에는 잘잘못을 외면하는 부모의 태도가 있으며, 더 글로리는 그 구조를 가장 서늘하게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더 글로리 학폭 장면이 너무 잔인한가요?

A. 실제 학폭 피해 사례를 반영한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어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신체적 가혹 행위 묘사가 직접적으로 나오는 구간이 있으니, 민감하신 분은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연출 자체가 자극을 위한 자극이 아니라 피해의 실재성을 전달하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고 봅니다.

 

Q. 더 글로리 결말은 해피엔딩인가요?

A. 단순한 해피엔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복수는 완성되지만, 문동은이 그 과정에서 치른 대가가 너무 커서 마냥 통쾌하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방으로 느낄 수도, 씁쓸함으로 느낄 수도 있는 열린 여운을 남깁니다.

 

Q. 이 드라마가 실제 학폭 사건을 바탕으로 했나요?

A. 특정 실제 사건을 직접 모티프로 했다고 공식 확인된 바는 없지만, 극 중 묘사되는 가혹 행위 방식들은 국내에서 실제 보도된 학폭 사례들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 점이 이 드라마를 단순한 픽션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결론

더 글로리는 복수극의 형식을 빌렸지만, 결국 우리 사회에 "학폭 피해자는 왜 혼자 감당해야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단순히 재밌었다는 감상보다, 불편하고 무거운 감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 드라마가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폭력 피해는 가해자 처벌로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입은 심리적 손상, 빼앗긴 시간, 달라진 삶의 방향은 그 어떤 판결로도 원상복구되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남은 숙제가 있다면, 내 주변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가 부모라면 내 자녀에게 "남의 아이도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감각을 가르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강력히 권합니다.

참고: https://www.netflix.com/kr/title/81519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