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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배우가 오랜만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소지섭 배우를 데뷔 때부터 지켜봐 온 팬인데, 이번 드라마 <광장>은 예고편만 봤을 때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로맨스의 아이콘이었던 사람이 전혀 다른 결의 액션 배우로 돌아온 것, 그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소지섭의 복수극, 왜 이 소재인가
복수극이라는 장르 자체는 솔직히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드라마 업계에서는 이를 '리벤지 서사(Revenge Narrative)'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리벤지 서사란 주인공이 자신 혹은 가족에게 가해진 부당한 피해를 갚아나가는 이야기 구조를 말합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십 년째 꾸준히 만들어지는 포맷이죠.
그런데 제가 이번 드라마에서 흥미롭게 본 건 복수의 구조보다 복수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광장>에서 주인공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단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죽음입니다. 딸, 아들, 부모, 동생… 복수극의 방아쇠는 언제나 가족입니다. 이게 공식처럼 반복되는 건 그만큼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도 제 가족이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이성적으로 행동할 자신이 없습니다.
복수의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권력 조직이라는 점도 장르 문법에 충실합니다. 이른바 '악의 구조화(Structuralized Antagonism)'가 이 드라마의 갈등 축인데, 악의 구조화란 악인이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나 조직으로 설정되어 주인공이 넘어야 할 벽이 훨씬 높아지는 구조를 뜻합니다. 이 방식은 시청자가 주인공의 고통에 훨씬 쉽게 감정이입하도록 만들죠. <출처: 네이버 엔터테인먼트 OTT 리뷰>
소지섭 액션, 로맨스 배우라는 편견을 무너뜨리다
솔직히 처음엔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소지섭 배우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부터 <발리에서 생긴일>까지 감성 멜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각인된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결혼 전 드라마에서는 항상 로맨스의 주인공이었지만, 결혼 후 이렇게 강력한 액션으로 돌아온것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건 완벽한 액션이었습니다. 배우의 체격과 움직임 자체가 이미 액션 연기에 맞게 변해 있었고, 특히 근접 격투 장면에서의 무게감이 기존 한국 드라마 액션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이를 업계 용어로 '파워 액션(Power Action)'이라고 부릅니다. 파워 액션이란 화려한 무술 기술보다 신체적 압도감과 타격의 질감을 강조하는 액션 스타일로, 할리우드식 리얼리티 액션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배우 변신의 성공 여부를 두고 의견이 나뉠 수 있는데, 저는 이번 케이스가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로맨스 장르에서 액션으로 피벗(pivot)한 남자 배우들이 많지 않고, 성공한 경우는 더더욱 드문 편입니다. 피벗이란 기존 방향을 전환해 새로운 축을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는 것을 뜻하는데, 배우로서는 이미지 전환에 해당합니다. 그 피벗의 결과물을 이 드라마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 액션의 주목 포인트
제가 보면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장면들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타격 후 잔여 동작 처리 — 맞은 상대의 반응이 과하지 않고 현실적
- 카메라 앵글 — 클로즈업보다 미디엄 샷 위주로 신체 전체의 힘을 담아냄
- 표정 연기와 액션의 결합 — 분노와 슬픔이 섞인 감정이 격투 장면에서도 유지됨
- 속도보다 밀도 — 빠른 편집 대신 한 동작의 무게를 충분히 살린 연출

드라마 속 권력 비판, 현실과 얼마나 닮았나
이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액션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쉽게 짓밟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제가 살면서 실제로 비슷한 상황을 옆에서 목격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위가 있는 사람이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방에게 "제가 어디 있는 사람인 줄 아세요?"라는 식으로 나오는 장면, 저는 이게 드라마 클리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은 꽤 자주 있고, 제 경험상 그 말을 꺼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상황이 아닐 때 그렇게 합니다. 자신의 직위나 학벌을 방패로 쓰는 것이죠.
이런 현상을 사회학에서는 '지위 남용(Status Abuse)'이라고 개념화합니다. 지위 남용이란 사회적 위치나 권력을 정당한 목적이 아닌 개인적 우위를 점하거나 타인을 위협하는 데 사용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상당수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부당 대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국민권익위원회).
권력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인가, 아니면 변할 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것인가 — 이 질문은 드라마 안에서만 맴도는 게 아닙니다. 저는 양쪽 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 구조 안에 오래 있으면 감각이 무뎌지는 건 사실이고, 동시에 그 안에서도 품위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으니 결국 선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세상이 그래도 돌아가는 거라고 봅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 문제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앞전에 쓴 드라마 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제 아이들이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자리에 서서, 동시에 아무도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드라마는 그 바람을 다시 한번 선명하게 떠올리게 해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광장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Netflix 에서 공개된 작품으로, Netflix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Q. 소지섭이 이 드라마에서 액션 배우로 괜찮은 편인가요?
A. 이 부분은 시청자마다 의견이 갈리기도 하는데, 저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봅니다. 화려함보다 묵직한 파워 액션 스타일이 이 배우에게 잘 맞았고, 멜로 배우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액션 연기에 어색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준비한 변신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복수극 드라마가 이렇게 많은 이유가 뭔가요?
A. 가장 보편적인 감정인 '억울함'과 '가족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야기 공식이 오래됐음에도 계속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 건, 그만큼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감정선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단, 소재가 같아도 주인공이 누구냐, 적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체감 온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Q. 드라마에서 권력자가 나쁘게 나오는 설정, 너무 편향된 거 아닌가요?
A.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현실의 모든 권력자를 악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특정 구조 안의 부패를 극화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좋은 자리에서 모범을 보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소수의 나쁜 사례가 전체 이미지를 흐리는 현실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결론
<광장>은 저에게 단순한 드라마 이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좋아해 온 배우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반가움, 그리고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 — 권력을 가진 사람은 왜 그걸 무기로 쓰는가 — 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복수극이라는 장르가 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드라마가 그 장르의 문법을 꽤 잘 활용했다고 봅니다.
권력 비판이라는 주제는 드라마 안에서만 소비되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일상에서 계속 마주치는 문제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 그게 너무 거창한 요구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있었습니다. 소지섭 배우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고, 이 드라마가 그 시작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