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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드라마를 두 번씩이나 정주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게 단순한 재미 때문일까요? 저는 VIP를 처음 봤을 때도, 몇 년이 지나 다시 봤을 때도 끝까지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뻔한 불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시청에서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VIP, 재벌 드라마인 줄 알았던 이유
제목만 보면 누구나 재벌가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VIP는 대형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부부 관계 해체의 이야기입니다. 재벌가와의 갈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의 실제 무게중심은 철저히 두 인물의 내면에 놓여 있습니다.
VIP는 2019년 SBS에서 방영된 멜로드라마입니다. 장나라, 이상윤, 황승언, 표예진, 온주완이 주연을 맡았으며, 1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극 중 핵심 배경인 '보나' 백화점은 현실의 럭셔리 리테일 환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디테일로 주목받았습니다(출처: 네이버 엔터테인먼트).
제가 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예전에 봤을 때 뭔가 마음에 걸리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한 번 더 보자 싶었는데, 두 번째 시청이 오히려 첫 번째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 사이에 결혼 생활을 더 겪어온 탓도 있을 것입니다.
- 방영: 2019년 SBS, 16부작
- 주연: 장나라(나정선), 이상윤(박성준), 이현아(이청아), 송미나(곽선영), 온유리(표예진), 마상우(신재하)
- 배경: 보나 백화점 VIP 팀이라는 직장과 17년 차 부부의 가정
- 핵심 갈등: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아내가 먼저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감정 충돌
두 번 봐야 보이는 불륜 심리의 구조
처음 볼 때는 남자주인공 남정우(이상윤 분)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말수가 없고, 아내에게 솔직하지 않고, 어영부영 상황을 끌고 갑니다. 두 번째로 보니, 그 침묵이 단순한 우유부단이 아니라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인지 부조화란 자신의 행동과 가치관 사이에 충돌이 생겼을 때 그 불편함을 외면하거나 합리화하려는 심리 반응을 의미합니다. 남정우는 아내를 사랑한다는 자신의 신념과 불륜이라는 행동 사이에서 스스로를 마비시켜 버린 인물입니다.
불륜 상대인 온유리(표예진 분)은 많은 분들에게 분노의 대상이었겠지만, 저는 두 번째 시청에서 그 인물이 가진 애착 장애(Attachment Disorder)의 패턴을 읽게 됐습니다. 애착 장애란 어린 시절 형성된 불안정한 애착 방식이 성인이 된 이후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데, 온유리가 유부남에게 집착하는 방식에 이 패턴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화가 나면서도, 어쩌면 이 인물이 가장 상처받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아내 나정선(장나라 분)이 남편에게 던지는 대사가 있습니다. "뒤에 일어날 일들까지 다 생각하고 한 거야?" 이 한 마디가 이 드라마의 주제를 압축합니다. 불륜의 발생 구조를 심리학적으로 보면, 대부분은 순간적인 정서적 취약성(Emotional Vulnerability)에서 시작됩니다. 정서적 취약성이란 스트레스나 고립감이 극에 달했을 때 판단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되는 상태를 뜻합니다. 문제는 그 한 순간이 이후 모든 것의 궤도를 바꿔버린다는 점입니다(출처: 나무위키 VIP 드라마).
저는 17년간 결혼 생활을 해오면서 비슷한 상황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유혹에 흔들릴 뻔한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스스로에게 한 질문이 바로 이것과 같았습니다. "이 이후에 내가 감당할 수 있겠어?" 그 질문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반복 시청이 주는 것, 그리고 결혼 현실과의 접점
저는 새 드라마를 계속 찾아보는 편이 아닙니다. 한 번 좋았던 드라마를 다시 꺼내 보는 걸 더 좋아합니다. 이게 단순한 취향 문제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재경험 소비(Re-consumption)라고 부릅니다. 재경험 소비란 이미 결말을 아는 콘텐츠를 다시 소비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감과 통제감을 동시에 얻는 행동 패턴을 의미합니다. 결말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의 중간 과정을 더 여유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이 말이 정확합니다. 첫 번째 시청에서는 박성준이 들키느냐 마느냐에 집중했다면, 두 번째 시청에서는 그가 아내 나정선을 바라보는 눈빛이 언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는지를 보게 됐습니다. 그 변화의 타이밍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드라마가 완전히 다른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결혼 생활 17년을 해온 제 입장에서, 이 드라마의 가장 현실적인 지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박성준이 잃어버린 건 아내만이 아닙니다. 그가 스스로 쌓아올렸던 자신의 서사(Narrative Identity)를 잃은 겁니다. 자기 서사 정체성이란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이야기로 구성하는 자아 개념인데, "나는 좋은 남편이다"라는 서사가 무너지면 그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다시 써야 합니다. 드라마는 이 붕괴 과정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볍게 다시 보려고 켰다가 결국 제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재미있는 드라마가 재미 이상을 주는 순간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VIP 드라마 결말이 어떻게 되나요?
A. 아내 나정선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이후 관계를 정리하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박성준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을 잃게 되는 구조로 마무리됩니다. 속 시원한 결말보다는 현실적인 무게감을 남기는 방식이라, 보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이 남습니다.
Q. VIP 드라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주요 국내 OTT 플랫폼에서 서비스 이력이 있으나, 플랫폼별 계약에 따라 서비스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확인 시점 기준으로 검색해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Q. VIP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가 뭔가요?
A. 단순히 불륜 소재라서가 아니라,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내면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불륜 상대, 배우자, 당사자 각각의 시선이 균형 있게 담겨 있어 일방적인 악인 구도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보는 내내 감정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게 흔들립니다.
Q. 불륜 드라마인데 결혼한 사람이 보면 불편하지 않나요?
A. 제 경험상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결혼 생활을 오래 해온 사람일수록 이 드라마의 디테일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불편함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그 불편함이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불편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Q. VIP 드라마 총 몇 부작이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A. 총 16부작이며, 회당 평균 70분 내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주행 기준으로 총 약 18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주말 이틀을 집중해서 보거나, 평일 저녁 며칠에 나눠 보기 좋은 분량입니다.
결론
VIP는 두 번 봐야 제대로 보이는 드라마입니다. 제 경우엔 두 번째 시청에서 인지 부조화, 정서적 취약성, 자기 서사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불륜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 관계의 구조를 해부하는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바꾼다는 말이 이토록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드라마는 흔치 않습니다.
다시 볼 드라마를 찾고 계시다면, 처음 봤을 때 뭔가 걸렸던 장면이 있었던 작품을 고르시길 권합니다. 제 경우엔 그게 VIP였고, 두 번째 시청이 첫 번째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참고: https://m.entertain.naver.com/contents/broadcast/92970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