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좀비물을 보다 보면 꼭 한 번씩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도 넷플릭스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다가 그 생각이 또 올라왔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인물들을 보면서, 처음엔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겠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직접 경험으로 알아버렸습니다.



좀비바이러스, 드라마 속 설정인데 왜 자꾸 현실처럼 느껴질까

일반적으로 좀비물은 순수한 오락 장르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보는 내내 "저게 만약 진짜라면?"이라는 생각이 계속 따라붙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문제의 시작은 학교 과학 교사가 만들어낸 변종 병원체입니다. 극 중 이 바이러스는 죽은 세포를 강제로 재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감염을 일으키는데, 여기서 '바이러스성 신경 변성(Viral Neurodegeneration)'이라는 개념이 연상됩니다. 바이러스성 신경 변성이란 바이러스가 숙주의 신경계를 직접 공격해 정상적인 인지·행동 기능을 무너뜨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드라마가 이 설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다뤘는지는 모르지만,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생물학적 근거를 깔고 만든 인상이 강했습니다.

실제로 현대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도적으로 설계된 병원체'라는 개념이 완전히 허구만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오테크놀로지란 생물체의 기능과 유전 정보를 활용해 의약품이나 산업 소재를 개발하는 기술 분야인데,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건 과학계 내에서도 꾸준히 논의되는 주제입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게 진짜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요약: 좀비 드라마의 바이러스 설정은 바이오테크놀로지 발전과 맞물려 단순한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재난심리학이 말하는 것과 드라마가 보여주는 것

극 중 인물들이 취하는 행동 패턴을 보면서 재난심리학(Disaster Psychology) 개념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재난심리학이란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심리적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하는 학문으로, 공황·이타 행동·이기적 생존 본능이 동시에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다룹니다.

일반적으로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 돕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믿음은 절반만 맞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친구를 구하는 인물이 있는 반면, 자기 살겠다고 동료를 미끄러뜨리는 인물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처음엔 이게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작가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재난 연구 데이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재난·응급 상황에서 인구의 상당수가 급성 스트레스 반응(Acute Stress Response)을 경험하며, 이 중 일부는 판단력 저하와 자기중심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고합니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란 극단적 위협 앞에서 신체와 정신이 순간적으로 과부하 상태에 빠지는 현상으로, 흔히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얼어붙는 세 가지 반응으로 나뉩니다. 드라마가 이 부분을 꽤 정확하게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극 중 학생들의 분열: 협력 집단 vs. 생존만을 위한 개인 행동의 충돌
  • 자원(음식·탈출로) 독점 시도: 재난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원 경쟁 본능' 발현
  • 공권력 부재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 만들어내는 집단 혼란
요약: 드라마 속 이기적 행동은 단순한 악역 설정이 아니라, 재난심리학이 실증하는 인간의 급성 스트레스 반응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기적 행동, 드라마 밖에서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입니다. 몇 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중환자실 면회는 하루 한 번, 정해진 시간에 20분 정도만 허용됩니다. 저는 매일 그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어느 날,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보안요원분이 내부에 응급 상황이 생겨 면회가 잠시 미뤄진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응급 상황이 제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몸이 굳었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게 전부였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잠시 후, 함께 기다리던 한 여성분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는 시간이 없는데 왜 면회를 안 시켜주냐며 항의했습니다. 결국 보안요원분도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다 얼마 후, 가운이 땀으로 다 젖은 의사 선생님이 문을 열고 나오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안에서 심폐소생술(CPR)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이란 심장이 멈춘 환자의 혈액 순환을 인위적으로 유지해 뇌 손상을 막고 생존율을 높이는 응급처치를 말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그 짧은 시간 동안 한 생명을 붙잡고 있었던 겁니다.

그 상황에서도 자기 일정을 앞세워 소란을 일으킨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좀비 드라마 속 이기적인 캐릭터들이 더 이상 과장된 설정처럼 느껴지지 않게 됐습니다. 그런 사람은 어딜 가도 꼭 한 명씩은 있습니다.

요약: 중환자실 앞에서 직접 목격한 이기적 행동은, 재난 드라마 속 '악역 설정'이 실제로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확인시켜 줬다.

 

부산행 이후 한국 좀비물이 달라진 지점

부산행(2016)이 개봉했을 때, 제가 느낀 충격은 단순히 '좀비가 무섭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기차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더 잔인할 수 있다는 장면들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 계보를 이으면서, 공간을 학교로 바꾸고 감염 확산의 메커니즘을 더 정교하게 설계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 감염자와 반감염자(항체 보유 생존자)를 구분하는 설정이 나오는데, 이 '반감염' 개념은 면역학(Immunology)에서 말하는 자연 면역 내성(Natural Immune Resistance)과 연결됩니다. 면역학이란 생체가 외부 병원체에 대응하는 방어 메커니즘 전반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됐음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소수의 사례가 실제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화학·생물학적 위협 상황에서 개인별 반응 편차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이 과학적 여지를 극적으로 활용한 셈입니다.

부산행 이후 우리나라 좀비물이 단순 스릴러를 넘어서 인간의 집단 행동과 도덕적 선택을 정면으로 다루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 흐름의 꽤 완성된 형태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던 건 좀비 액션보다, 위기 앞에서 각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부분이었습니다.

요약: 한국 좀비물은 부산행을 기점으로 인간의 집단 심리와 도덕적 선택을 중심 서사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우리 학교는, 부산행이랑 세계관 연결되나요?

A. 공식적으로는 별개의 세계관입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제작사 계열이라 연결된다고 알려진 경우가 있는데, 제가 확인한 바로는 두 작품은 바이러스 설정과 감염 방식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비슷한 분위기와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공유할 뿐, 직접적인 스토리 연결은 없습니다.

 

Q. 재난 상황에서 사람이 이기적으로 변하는 게 정말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가요?

A. 완전히 증명됐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관련 근거는 상당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여러 기관이 재난 상황에서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자기중심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반대로 극단적 위기에서 이타적 행동이 오히려 강해지는 사례도 기록되어 있어, 개인 차이가 크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Q. 좀비 바이러스가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나요?

A. 드라마처럼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건 현재 과학 수준에선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바이오테크놀로지 발전으로 인간의 신경계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병원체를 인위적으로 설계하는 연구가 실존하는 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생물 안전(Biosafety) 규제가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며, 드라마의 설정이 완전한 공상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결론

<지금 우리 학교는>을 다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위기 앞에서 어떤 사람은 옆 사람을 끌어올리고, 어떤 사람은 옆 사람을 밟고 올라섭니다. 드라마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꽤 정직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중환자실 앞에서 제가 목격했던 그 장면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재난이나 응급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결국 평소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좀비물이 단순한 공포 오락을 넘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작품들도 기대가 됩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시즌1부터 정주행해 보시길 권합니다. 좀비 액션만이 아니라, 인간 군상을 보는 재미가 훨씬 크게 다가올 겁니다.

참고: https://m.entertain.naver.com/contents/ott/17491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