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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스캔들 드라마를 보면서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녹은로의 풍경이 낯설지 않게느껴졌다면,
아마 그 속에 담긴 지극히 현실적인 치열함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녹은로라는 가상의 공간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교육 열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그 별세계에서 모두의 선망을 받는 ‘일타강사’ 최치열과, 그 세계에 늦깎이로 입문한 ‘국가대표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의 만남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사교육 1번지의 별과 국가대표 반찬가게의 만남

남행선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커리어였던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내려놓은 인물입니다.
그녀의 삶 자체가 이미 한 편의 드라마 같지만, 정작 본인은 강남 8학군 아이들이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걸
더 마음 아파하더라고요.
사실 누가 누굴 걱정하나 싶다가도, 그녀의 넉넉한 사랑의 그릇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반면 연봉 수백억을 벌어들이는 일타강사 최치열은 겉보기엔 화려함 그 자체입니다.
강남 건물을 여러 채 소유하고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지만, 정작 본인은 제대로 된 식사 한 끼를 못 합니다.
빡빡한 스케줄 끝에 홀로 남겨졌을 때의 공허함과 언제든 정상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은 그를 섭식 장애로 몰아넣었습니다.

무한경쟁 속에서 싹트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일타 스캔들은 단순히 남녀의 사랑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입시 지옥이라 불리는 삭막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지탱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춥니다.

사교육 뒷바라지에 뛰어든 엄마들의 극성스러운 모습과 그 압박 속에서도 우정을 키워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교육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작가님은 이 비극적일 수 있는 입시 잔혹사를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습니다.

 

 

밥 한 끼의 온기가 바꿔놓은 인생의 궤적

이 드라마의 핵심은 결국 ‘밥’이 아닐까 싶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허기진 영혼을 달래주는 행선의 반찬 도시락은
최치열에게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구원이었습니다.
그가 그녀의 도시락에 집착했던 건 아마도 그 속에 담긴 진심 어린 온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정서상 밥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이 부분이 더 강조되는 소재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솔직히 우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1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던 소중한 가치들을 일타 스캔들은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아찔하고 적나라하면서도 결국은 사람 냄새 가득한 이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가슴에 오래 남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최치열은 남행선의 도시락을 통해 비로소 ‘함께 먹는 즐거움’을 배웁니다.
혼자서 냉장고앞을 서성이던 고독한 시간이 사라지고, 북적이는 반찬가게 식구들과 어우러지며
그의 차가웠던 내면도 서서히 녹아내립니다.
이는 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성적만을 쫓던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이와 선재가 보여주는 우정 또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따뜻한 집밥 같은 역할을 하니까요.

결국 이 작품은 우리가 앞만 보고 달리는 와중에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묻습니다.
1등이라는 성적표보다 더 중요한 건, 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위해 정성껏 차려진 식탁과 그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녹은로의 그 치열했던 스캔들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우리 모두의 허기를 채워주는 든든한 위로의 한 끼로 완성됩니다.

이 글을 쓰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 나의 첫째 아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본인의 선택으로 가게된 학교라 저한테 투정도 못부리고 열심히 하는 우리 큰 아들이 힘내서 더 멋진 미래를 누리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