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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렇게 긴 미국 드라마 시리즈를 끝까지 완주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워킹데드(The Walking Dead)는 달랐습니다. 시즌 11까지, 총 177개 에피소드를 다 봤습니다. 보다가 질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좀비 드라마가 아닌 인간 생존극

요즘 좀비물이 워낙 쏟아지다 보니, 처음 좀비 장르를 접했을 때만큼의 공포감은 솔직히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워킹데드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좀비 나오는 거 아니야? 했던 건데, 몇 화 보다 보니 제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워킹데드는 2010년 AMC에서 첫 방영을 시작한 시리즈로, 로버트 커크먼(Robert Kirkman)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합니다(출처: 위키백과 워킹데드). 여기서 그래픽 노블이란 만화책의 한 형식이지만 단편 연재가 아닌 단행본 형태로 묶인 성인 대상 서사 만화를 뜻하는데, 워킹데드 원작은 그 장르에서도 상당히 높은 완성도로 평가받습니다. 드라마판은 이 원작의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살려냈습니다.

제가 처음 몇 화를 볼 때는 "이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내장이 드러나는 고어(Gore) 장면, 즉 극단적인 신체 훼손 묘사가 거의 매 화 등장하거든요. 쉽게 말해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게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오히려 캐릭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워킹데드가 다른 좀비물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세계관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란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장르를 말하는데, 이 드라마는 거기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집중합니다. 좀비를 죽이는 장면보다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충돌하고, 배신하고, 지키는 장면이 훨씬 더 긴장감 있었습니다.

  • 방영 기간: 2010년~2022년, 시즌 11, 총 177화
  • 원작: 로버트 커크먼의 그래픽 노블 (2003~2019)
  • 제작: AMC 스튜디오, 쇼러너 앤젤라 강(Angela Kang) 외
  • 주요 수상: 새틀라이트 어워드 드라마 시리즈 부문 등 다수
요약: 워킹데드는 좀비가 아닌 생존한 인간들의 충돌과 선택을 중심으로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라마다.

 

 

스티븐 연과 인간 본성이 남긴 것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또 하나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Steven Yeun)이었습니다. 그가 연기한 글렌 리(Glenn Rhee)는 처음에는 피자 배달부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시즌이 쌓여갈수록 극한의 생존 환경 속에서 점점 성장하는 캐릭터로 변해갑니다. 제 경험상 이 캐릭터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스티븐 연은 워킹데드 출연 이후 영화 미나리(Minari, 2020)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잡았습니다(출처: 나무위키 워킹데드). 워킹데드가 그 출발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드라마 전반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건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각 인물이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변화하는지의 서사였습니다. 여리고 약한 캐릭터로 출발했던 캐롤(Carol Peletier)이 극한의 상황을 거치며 가장 냉철한 전사로 변해가는 과정은 정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드라마는 생존이라는 조건 아래 인간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구조로 짜여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무리가 생기고, 규칙이 만들어지고, 결국 나라가 만들어졌겠구나. 인류가 처음 문명을 이루기 시작했을 때의 모습이 저 드라마 안에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좀비를 물리치는 액션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서 인간에 대한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진짜 경험인데, 시즌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천천히 걸어오는 아저씨를 보고 순간 좀비로 착각한 적이 있습니다. 한 박자 뒤에 제가 실소했지만, 그만큼 드라마의 연출과 좀비의 디테일이 뇌에 완전히 새겨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요약: 스티븐 연의 성장 연기와 캐릭터 아크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좀비물이 아닌 인간 본성에 대한 드라마라는 걸 알게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워킹데드 시즌이 너무 많은데 다 봐야 하나요?

A. 저도 처음엔 시즌 11이라는 숫자에 겁을 먹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끝까지 다 봤는데, 시즌 4~5 정도까지 보면 이 드라마와 맞는지 아닌지 자신이 알게 됩니다. 거기서 끊기가 어렵다면 완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고어 장면이 심해서 못 볼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A. 솔직히 처음 몇 화는 좀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3~4화 정도 지나면 그 부분보다 스토리에 집중하게 됩니다. 고어 묘사가 목적이 아니라 생존의 잔혹함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보다 보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시점이 옵니다.

 

Q. 스티븐 연은 워킹데드에서 몇 시즌까지 나오나요?

A. 스티븐 연이 연기한 글렌 리는 시즌 7 초반까지 등장합니다. 그 이후의 전개에 대해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적어도 시즌 6까지 그의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끝까지 보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후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후보까지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습니다.

 

Q. 워킹데드 스핀오프도 볼 만한가요?

A. 워킹데드 세계관은 피어 더 워킹데드(Fear the Walking Dead), 데드 시티(Dead City) 등 여러 스핀오프로 확장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본편 완주 후에 스핀오프를 보면 세계관이 더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본편만큼의 긴장감은 스핀오프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결론

워킹데드는 제가 처음으로 끝까지 완주한 장편 미국 드라마입니다. 177화라는 분량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제가 얻은 건 단순한 좀비물의 재미가 아니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선택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좀비가 무섭기보다 살아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사랑과 희생이 생겨난다는 것. 이 드라마는 그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었습니다. 좀비 장르에 거부감이 있더라도, 인간 드라마로서 한번 시도해볼 만한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namu.wiki/w/%EC%9B%8C%ED%82%B9%20%EB%8D%B0%EB%93%9C(%EB%93%9C%EB%9D%BC%EB%A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