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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라면 어떤 버튼을 눌렀을까"라는 생각을 꽤 오래 했습니다. 국민사형투표는 범죄자의 생사를 대중의 투표로 결정한다는 설정인데, 처음엔 자극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이 드라마가 불편하게 만드는 건 설정 자체가 아니라, 그 설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제 자신이었습니다.



찬성 버튼에 손이 가던 순간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직접 느낀 건, 분노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온다는 점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사연이 나오고 가해자가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살인이라는 결과가 찝찝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도 찬성 쪽에 표를 던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드라마가 다루는 핵심은 응보형주의(應報刑主義)입니다. 응보형주의란 범죄에 상응하는 고통을 가하는 것 자체가 형벌의 목적이라는 철학입니다. 쉽게 말해 "죄를 지었으니 그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게 법학 교과서 안에만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걸 드라마를 보면서 새삼 실감했습니다.

뉘우침 없이 멀쩡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은 분노보다는 허탈함에 가깝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래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요. 드라마는 그 허탈함을 화면 안에서 대신 처리해줍니다.

요약: 국민사형투표는 응보형주의의 감정적 본능을 자극하며, 시청자가 스스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재범률이 말해주는 불편한 진실

저는 평소에 '그것이 알고 싶다' 나 '용감한 형사들' 같은 범죄 시사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이런 걸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패턴이 있습니다. 강력 범죄 피의자 대부분이 초범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과 3범, 5범이라는 자막이 나올 때마다 저는 그냥 넘기지 못합니다.

재범률(再犯率)이란 한 번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을 말합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재범자 비율은 전체 범죄자의 절반을 훌쩍 넘습니다(출처: 법무부). 이건 처벌이 교화(矯化), 즉 잘못을 뉘우치고 바르게 고치는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제 남편이 겪은 일이 딱 이 경우입니다. 공사대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업자가 소송에서 이겼고, 저희는 패소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사람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찰서에서 이전 사건에 대한 진술을 요청하는 전화가 왔을 때, 저는 씁쓸함보다 "역시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법이 그 사람에게 준 판결이 사실상 "또 해도 된다"는 신호가 된 건 아닐까 싶습니다.

  • 법무부 통계 기준, 전체 범죄자 중 재범자 비율은 50% 이상
  • 강력범죄일수록 전과 보유 비율이 높게 나타남
  • 처벌 강도보다 범죄자의 교화 여부가 재범 억제에 더 결정적
  • 승소 판결이 오히려 반복 범행에 대한 학습 효과로 작용할 수 있음
요약: 재범률 통계와 실제 경험이 보여주듯, 현재의 처벌 구조가 범죄 억제보다 반복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 감정과 사법 불신 사이에서

법 감정(法感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법 조문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직관적으로 느끼는 '이건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을 뜻합니다. 제 경험상 이 법 감정이 실제 판결과 충돌할 때 사람들은 사법 불신으로 넘어갑니다. 그냥 "법이 이상하다"는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처벌받아야 하면 내가 직접 해야 하나"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국민사형투표라는 드라마가 흥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이 드라마는 법을 불신하게 된 사람들의 감정을 아주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의 껍데기를 씌워서, 분노를 합리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 겁니다.

물론 저는 실제로 누군가의 생사를 결정하는 투표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찜찜함은 끝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에 남은 질문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법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면, 이런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공감을 얻었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약: 법 감정과 실제 판결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사법 불신은 깊어지고, 국민사형투표 같은 드라마는 그 간극을 파고들며 공감을 얻습니다.

 

드라마가 대신 해주는 것, 현실이 해야 할 것

이런 류의 드라마가 계속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통쾌하게 처리해주지 못하는 감정을 드라마가 대신 해소해주는 겁니다. 이를 대리만족이라고 하는데, 대리만족이란 현실에서 직접 이루지 못한 욕구를 다른 매개를 통해 간접적으로 채우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시청자는 화면 속 투표 결과를 보면서 현실에서 느낀 분노와 무력감을 잠깐 내려놓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드라마가 주는 이 대리만족이 결국 일회성이라는 점입니다. 화면이 꺼지면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공사대금을 떼인 피해자는 여전히 소송 비용을 날리고, 가해자는 다음 피해자를 찾아다닙니다. 형사정책(刑事政策), 즉 국가가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한 제도적 설계가 바뀌지 않으면 드라마는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서도 재범 방지를 위한 사회 내 처우 강화, 즉 교도소 출소 이후의 사회 복귀 지원과 모니터링이 재범률 감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합니다(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범죄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도 막연히 "더 세게 처벌하면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거든요.

요약: 드라마의 대리만족은 일시적이고, 재범률을 실질적으로 낮추려면 처벌 강도보다 사회 복귀 환경을 포함한 형사정책의 구조 개선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민사형투표 드라마,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건가요?

A. 특정 실제 사건을 직접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여러 강력범죄 사건들과 사법 불신 정서를 배경으로 기획된 드라마입니다. 제가 보면서 느낀 건, 특정 사건이 아니라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지"라는 감각이 계속 따라붙는다는 점이었습니다.

 

Q. 공사대금 분쟁에서 피해자가 소송에서 지는 경우도 있나요?

A. 실제로 있습니다. 계약서나 증빙 서류가 불완전한 경우, 또는 중간에 여러 하도급 관계가 얽혀 있을 때 피해자임에도 패소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저희 남편이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판결이 가해자에게 사실상 "다음에도 해도 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씁쓸했습니다.

 

Q. 응보형주의 말고 다른 형벌 이론도 있나요?

A.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교정주의, 범죄 예방 효과를 중심에 두는 억제이론 등이 있습니다. 현실의 사법 시스템은 이 이론들을 혼합해서 적용하는데, 제 경험상 실제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떤 이론이 적용됐는지보다 결과가 납득이 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결론

국민사형투표를 보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간단합니다. 이 드라마가 불편하게 만드는 건 설정의 자극성이 아니라, 그 설정에 공감하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법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고 느꼈다면 이런 드라마가 이만큼의 공감을 얻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뉘우침 없는 범죄자, 반복되는 재범, 피해자가 오히려 지는 판결. 이런 현실들이 쌓이면서 사람들은 드라마 속 투표 버튼에 손을 뻗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분노를 해소하는 것도 좋지만, 그 분노가 어디서 왔는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게 더 가치 있다고 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m.entertain.naver.com/contents/broadcast/31744783